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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문명과 잊혀진 역사 이야기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정말 존재했을까?

1. 인류 역사상 가장 신비로운 원예 공학 – 바빌론의 공중정원의 전설


고대 세계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바빌론의 공중정원(Hanging Gardens of Babylon)은 그 아름다움과 독창적인 구조로 인해 오랫동안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다. 하지만 현대 학자들은 이 정원이 실제로 존재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으며, 일부는 단순한 신화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고대 기록에 따르면,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메소포타미아의 번영을 상징하는 건축물이었다. 그 정원은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형태로 설계되었으며, 계단식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한다. 공중정원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4세기경 그리스 역사가들(스트라본, 디오도루스, 필론 등)에 의해 전해졌다. 이들은 정원이 다양한 식물과 나무들로 가득 차 있었으며, 바빌론 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Nebuchadnezzar II, 기원전 605~562년)가 자신의 왕비를 위해 만들었다고 전했다.

전설에 따르면, 네부카드네자르 2세의 왕비 아미티스(Amytis)는 고향인 메디아(현재의 이란 서부 지방)의 푸른 산과 초목을 그리워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왕이 바빌론의 건조한 기후에서도 풍성한 식물을 기를 수 있는 거대한 정원을 건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거대한 구조물이 실제로 존재했었다는 확실한 고고학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연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실제로 존재했던 것일까, 아니면 후대 역사가들이 만들어낸 전설에 불과할까?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정말 존재했을까?


2. 고대 사료에 등장하는 공중정원의 묘사 – 신화인가, 사실인가?


바빌론의 공중정원에 대한 기록은 주로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역사가들에 의해 전해졌으며, 이에 대한 대표적인 묘사는 다음과 같다.

  • 디오도루스 시쿨루스(Diodorus Siculus, 기원전 1세기): 그는 바빌론의 공중정원이 정교한 계단식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층마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식물이 심어져 있었다고 기록했다.
  • 스트라본(Strabo, 기원전 63년~기원후 24년경): 그는 바빌론에 있는 정원이 돌기둥과 아치로 지탱된 인공 구조물 위에 조성되었으며, 식물들이 마치 하늘을 향해 자라는 듯한 모습이었다고 묘사했다.
  • 필론(Philo of Byzantium, 기원전 3세기): 그는 공중정원이 수백 가지의 희귀한 식물들로 가득 찬 인공 낙원이었다고 언급하며, 이곳에서 강력한 관개 시스템이 작동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기록들은 공중정원이 실제로 존재했음을 시사하지만, 문제는 이 정원을 직접 본 사람이 남긴 기록이 없다는 점이다. 그리스 역사가들은 바빌론이 멸망한 이후 한참 뒤에 살았으며, 그들의 설명이 전승된 이야기인지, 아니면 단순한 상상 속의 건축물인지 확실하지 않다.

또한, 현재까지 바빌론에서 공중정원의 유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은 논란을 더욱 증폭시킨다. 바빌론 유적은 현대 이라크의 알-힐라(Al-Hillah) 지역에서 발굴되었으며, 네부카드네자르 2세의 궁전과 바빌론 성벽이 발견되었지만, 공중정원에 해당하는 구조물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공중정원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까?

 


3. 공중정원이 바빌론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있었을 가능성


공중정원이 바빌론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 존재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고고학자 스테판 달리(Stephanie Dalley)는 공중정원의 실제 위치가 바빌론이 아니라 아시리아 제국의 수도 니네베(Nineveh)였을 가능성을 주장했다.

1) 니네베의 사르곤 궁전과의 유사성
니네베는 바빌론과 같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에 속해 있으며, 이곳에는 기원전 7세기경 아시리아 왕 센나케리브(Sennacherib)가 건설한 거대한 궁전이 있었다.

  • 센나케리브는 대규모 관개 시스템을 이용하여 도시 전체에 물을 공급했다.
  • 니네베에는 계단식 정원과 인공 수로가 존재했으며, 이는 공중정원의 묘사와 일치한다.
  • 바빌론과 니네베는 역사적으로 종종 혼동되었기 때문에, 후대 역사가들이 두 도시를 혼동하여 공중정원이 바빌론에 있었다고 기록했을 가능성이 있다.

2) 강력한 관개 시스템의 존재
니네베 유적에서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가장 정교한 관개 시스템 중 하나가 발견되었다.

  • 센나케리브는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수로와 아쿠아덕트를 건설하여 도시 전체에 물을 공급했다.
  • 바빌론은 물이 풍부한 지역이 아니었지만, 니네베는 상대적으로 물을 확보하기 용이한 지역이었다.
  • 따라서 공중정원이 존재했다면, 바빌론보다 니네베에서 건설되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주장들은 바빌론의 공중정원이 실제로 존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그 위치가 잘못 기록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4. 바빌론의 공중정원의 진실 – 전설인가, 잃어버린 유산인가?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실제로 존재했을까? 아니면 단순한 전설에 불과할까?

1) 존재했을 가능성

  • 고대 그리스 역사가들의 기록은 공중정원의 존재를 암시하는 중요한 단서다.
  • 바빌론이나 니네베와 같은 고대 도시들은 강력한 건축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거대한 정원을 조성할 기술적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 정원이 파괴되었거나, 홍수와 전쟁으로 인해 흔적이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2) 신화적 창작물일 가능성

  • 직접적인 유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모든 기록이 2차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
  • 정원의 존재가 바빌론의 전성기를 과장하기 위한 후대 역사가들의 창작일 가능성도 있다.
  • 바빌론은 실존했지만, 공중정원은 왕의 권력을 신격화하는 상징적 요소로 창작되었을 수도 있다.

결국,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역사적 사실과 전설이 뒤섞인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존재했을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로 바빌론에 존재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러나 그 신비로움과 아름다움 덕분에, 공중정원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미스터리 중 하나로 남아 있을 것이다.